상담자료실 | [경상대신문] 힐링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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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서윤 작성일17-07-04 03:43 조회3,40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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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에 대한 단상
[경상대신문, 제948호, 2015-09-22]
바야흐로 ‘힐링(healing)’이 대세이다. 아니, 과잉이라 할 만큼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을 필두로 각종 활동 프로그램, 여행, 스포츠, 심지어는 음식에도 힐링이 등장한다. 특정 음식을 먹으면 마음이 치유된다 하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명사에 힐링이 덧입혀지는 순간 매력적인 상품으로 둔갑한다. 의식이 미치지 못하는 지점에서 경험의 욕구가 일어난다.
아, 그렇다. 힐링은 무의식적인 동기와 맞물려 있는 거다. 치유의 내적 욕구가 잠재된 것이다. 힐링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의 치유(치료)이다. 즉, 마음이 병든 상태로부터의 회복이다. 대중이 힐링에 열광한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아픔을 겪는 사람이 많다는 것으로 읽힌다. 내친 김에 자료를 살펴보니, 하루 평균 40명이 넘게 자살하고 있고, 각종 중독에 빠진 인구가 약 8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인구의 약 5%가 불안 장애를 경험하고 있다. 아파도 보통 아픈 게 아니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크든 작든 저마다의 아픔쯤은 하나씩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거다. 프로이트 식의 무의식적 소재의 발현이든 게슈탈트의 접촉 상실이든, 위로받지 못한 마음이 힐링의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거다. 예전에는 힐링에 대한 욕구도 느끼지 못했던 듯하다. 표현하지 않음이나 억척스러움과 같은 것이 미덕이었으므로.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사람들은 각성하기 시작했다. 행복이 개인 삶의 주요 주제로 부상하고 있다. 행복한 삶의 주체는 단연 ‘나’가 아니던가. 생존의 문제를 안고 앞만 보고 달리던 일상에 ‘잠깐 멈춤’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애도를 통해 위로를 경험해야 한다. 애도는 슬퍼함을 넘어, 떠나보내는 의식이다. 후회, 상처, 상실, 원한, 아픔과 같은 생의 미해결 문제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나와 타인에 대한 용서를 포함한 애도가 이루어지는 순간이 진정한 힐링 타임이다.
힐링 경험은 존재에 대한 충만감, 삶의 새로운 의미, 정서적 독립을 수반한다. 이런 것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무늬만 힐링인 거다. 힐링의 열풍이라는 것이 실은 ‘나’에 대한 인식의 바깥 지점과 맞닿으며 일으키는 섬광에 다름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알아차림에도 단계가 있다. 최소 5단계쯤은 된다. 가장 얕은 1단계 수준의 알아차림 즉, 인식함 자체를 전부인 것으로 여길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단계든 뭐든, 그 순간만큼은 짧지만 자유로움과 위로를 느끼기에 힐링이 되었다고 한다면 이제 시작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래도 시작이라도 하였으니 축하할 일이다.
다만, 싸구려 힐링도 있으니 주의했으면 좋겠다. 일명 짝퉁이다. 요즘에는 사이비가 참 많다. 갈수록 넘쳐 난다. 이리저리 정신 줄을 놓기가 십상이다. 굳이 포스트모더니즘을 운운할 생각은 없지만 20대 초반의 피 끓는 청춘들은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힐링은 그 자체로 참 좋은 경험이지만 이것이 정서적 건강과 인격적 성숙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가치 있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차분히 나를 돌아보고 해결하지 못한 미해결과제나 직면하기 두려워 회피하고 있는 삶의 과제들이 있다면 긴 호흡으로 마주하며 정리하면 좋겠다.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순리다.
우리 대학의 ‘꿈 미래 개척 상담’이나 ‘학생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려보길 바란다. 이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우리 사회의 특성상 힐링 열풍도 한때의 유행처럼 왔다 갈 공산이 크다. 당연히 경계의 대상이다. 건강한 습관은 일시적이 아닌 일상적인 것이어야 한다. 일상적인 힐링에 열쇠가 있다.
김장회 교수/ 사범대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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